“부스럼은 가엾은 마르크스를 가장 괴롭힌 질환이다. 그가 보낸 편지 곳곳에 부스럼 때문에 겪은 고통이 구구절절 드러난다. 마흔 중반 들어 발에 나기 시작한 부스럼이 등으로 옮아갔다가 뺨으로, 다시 등으로 되돌아왔다. ‘두더지 잡기’처럼 짜증나게 힘들었을까? 결국 부스럼은 겨드랑이, 허벅지, 사타구니, 항문 주위로 번져 그의 온몸을 지배했다. ‘공산당 선언’에서 배회하는 ‘유령’처럼! ‘주먹 크기’로 부푼 부스럼에 좌절한 마르크스는 스스로 면도칼을 들고 부스럼을 찌르거나 도려내기도 했다.”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부스럼에 시달린 마르크스-
생로병사를 피해갈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아무리 훌륭한 위인이라고 할 지라도. 위대한 인물들의 투병기를 담은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들녘)’는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쉽게 지나쳐 온 사실에 주목한다.
낯익은 이름들 속에 낯선 이야기가 가득하다. 면도칼로 스스로 상처를 도려내기도 했던 마르크스부터 수많은 지성인들의 뮤즈였으나 유방암으로 가슴을 절제해야 했던 루 살로메, 관절염으로 고통받았던 가우디, 당뇨에 시달렸던 폴 세잔, 동맥류를 앓았던 아인슈타인까지. 위대한 성취 뒤 가려져 있던 고통의 이면을 쉽고도 흥미진진하게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