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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융합 대학원.연구소 설립 줄 잇지만 현장엔 아직 높은 벽
: 관리자  sciart@sciart.or.kr : 2011-07-12 : : 2076

지난달 11일 대전 구성동 KAIST 문화기술대학원 1층 강의실. 석사 2년생 임호경씨가 발레 슈즈를 신고 무대에 올랐다. 임씨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발레와 비슷한 몸 동작으로 무대 뒤쪽 스크린에 나타난 여러 가지 기호를 풀어냈다. 이날 과제 발표는 원광연 교수가 강의하는 ‘문화기술론’ 수업의 일환. 학생들이 2주 동안 준비한 과제들이었다. 원 교수는 “학문 간 융합을 이해한다는 차원에서 어려운 과학기술의 개념을 춤이나 그림 등 문화예술의 도구로 풀어내는 과제였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융합 바람이 뜨겁다. 최근 들어 국내 각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융합 관련 대학원과 연구기관을 세우고 있다.연세대는 지난 3월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 미래융합기술연구소와 글로벌 융합공학부를 신설했다. 지식경제부의 ‘정보기술(IT) 명품 인재’ 양성 사업자로 연세대가 선정된 결과였다. IT 융복합시대에 신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통섭형 창의인재를 양성한다는 게 목표다. 기존 공학교육을 완전히 탈피해 연구활동 중심의 교과과정 운영과 도제식·다학제적 교육을 채택했다. 롤모델은 미국 MIT의 미디어랩이다. 소장에는 ‘애니콜 신화’ 주역인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임명됐다.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정책과 김태희 사무관은 “다음 달 말까지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소처럼 IT명품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을 한 군데 더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차 사업은 지난 7일 접수를 마감했다.포스텍은 좀 색다른 융합연구소를 시작했다. 지난달 초 문을 연 인문기술융합연구소(HIT)가 그것이다. 연구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융합에서 인문학의 무게감이 크다.

이진우 소장은 “인문학적 성찰이 없는 전문지식은 맹목적”이라며 “미래 과학기술 분야의 리더가 될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간다움’에 초점을 맞춰 인문·사회과학적 소양과 창조적 원동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공대생으로만 구성된 포스텍에 인문학적 소양을 보태겠다는 설명이다. 연구소의 구성원도 독특하다. 이 소장은 정치철학을 전공했다. 다른 연구원(교수) 3명의 전공도 심리철학·미디어 미학·산업디자인으로 인문학 위주다.

이 연구소 여명숙 교수는 “실제 연구 프로젝트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시작해 이후 교내외 관련 전문가들을 모으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2009년 3월 수원 광교 테크노밸리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을 열었다. 당시 서울대는 “미래융합기술 분야를 담당할 고급인력 육성을 위해 국내 유일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을 개원한다”고 밝혔다. 이곳은 나노융합학과와 지능형융합시스템학과·디지털정보융합학과 등 세 학과로 나뉘어 운영된다. 대학원과 각 과의 이름에도 있듯이 ‘기존 학문 사이의 벽을 왕래하며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것’이 대학원의 목표다. KAIST는 국내 융합 관련 대학원의 진정한 원조임을 자처한다. 2005년 대전 본교 캠퍼스 내에 문화기술대학원을 설립했다. 숭실대도 지난해 5월 융합기술원을 열었고, 고려대도 지난해 4월 기존 일반 대학원의 임베디드소프트웨어학과를 융합소프트웨어전문대학원으로 확대해 발족시켰다.

수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바로 옆엔 경기도가 1425억원을 들여 세운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들어서 있다. 현재 9개 연구소와 함께 융합기술 관련 29개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연말까지 대전 ETRI 부지 내에 융합기술생산센터를 연다. 기업체들이 센터 안에 상주하면서 융합기술 관련 연구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고, 관련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융합을 시작한 곳은 많지만 운영은 별개의 문제다. 교수와 학생 확보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기술·학문 간 벽을 허물고 말 그대로 융합을 하자는 게 목표지만, 기존 학과의 반발도 거세다. ‘우리 과에서 할 일을 왜 거기서 하느냐’는 반응이다. 융합대학원이나 연구소에서 세미나를 열 경우 주최한 교수의 제자 등 주변 사람들 위주로 참석할 뿐 다른 분야 교수와 학생들은 관심 밖이다. ‘한국판 MIT 미디어랩’을 내세운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는 지도교수와 연구프로젝트 선정은 물론 교수 정원을 채우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은 최근 다양한 배경의 연구원들을 모아놓고도 융합연구를 진행하지 못해 연구원들이 기술원을 떠나는 일까지 겪어야 했다.

MIT 미디어랩 연구원 출신으로 지경부의 IT명품인재 양성사업에 참여했던 이재철씨는 “융합은 정부나 대학본부에서 억지로 하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며 “정부가 도와 준다 하더라도 대학 차원에서 전공이 다른 교수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섞여 소통할 수 있는 자세와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융합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원엽,민경원 기자wannabe@joongang.co.kr | 제222호 | 2011061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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