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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준위 방폐물 이대로 놔둘 것인가” - ‘원자력 딜레마’ 책 펴낸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 관리자  webmaster@sciart.or.kr : 2011-06-30 : 2159_52.jpg : 1529
[주간조선 2159호 / 2011-06-06 일자]

최근 ‘원자력 딜레마’란 책을 펴낸 김명자전 환경부 장관은 “미국이 스리마일섬 원전사태 때 폐로 문제까지 해결하는 데 14년가량이 걸렸다”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는 몇 년 단위가 아니며, 최소 스리마일 원전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중 정부 때 환경부 장관을 지낸 김 전 장관은 ‘헌정 사상 최장수 여성 장관’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경기여고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으로 ‘과학혁명의 구조’ ‘엔트로피’ 등의 외국 서적을 번역하고, ‘동서양의 과학 전통과 환경운동’ 등 다수의 저서도 펴냈다.

김 전 장관은 이론과 정책 입안, 정책 집행 삼박자를 갖춘 여성 과학자로 손꼽힌다. 지금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다. 지난 5월 31일 서울시청 인근 한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67세 나이에도 그는 각종 수치와 과학 용어를 섞어가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와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일본은 후행주기 연구개발”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사태 때 가장 큰 충격은 원전사태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미국에서 이런 일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태도 비슷합니다. ‘어떻게 일본에서 이런 일이’란 것이 더 충격을 줬죠. 물론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로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고 대처 과정에서 ‘인재(人災)’란 것이 드러났으니까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김 전 장관에게도 ‘충격’이었다. 그에 따르면 ‘기술의 일본’에서 터진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원전 사고 확률이 ‘100만분의 1’ 또는 ‘100만분의 3’이라는 홍보 문구는 신뢰를 상실했다. 100만분의 1에 해당하는 사고가 실제로 터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원자력 기술을 기준치로 삼던 우리의 믿음도 허상으로 드러났다.

김 전 장관이 ‘원자력 딜레마’란 책을 집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지난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한 지 일주일 만인 3월 18일부터 집필에 몰두했다. 마침 한 토론회에서 일본 마쓰야마대의 장정욱 교수가 “자신이 갖고 있는 원자력 교양서적만 180종인데, 한국의 한 서점에는 세 권밖에 없더라”고 말한 것이 그의 집필 의지를 더욱 자극했다.

무엇보다 그는 “원전사고가 재난으로 인한 특수 상황이라고 보지 말 것”을 지적한다. “한국형 원전을 수출했다는 것은 우리도 원자력 선진국 반열에 접어든 것”이라면서도 “일본의 원자력 기술수준은 우리보다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일례로 “일본은 핵 재처리에도 손을 대는 등 우리보다 원자력 기술의 보폭이 더 넓다”고 말했다.

그는 ‘핵연료 후행주기 기술’을 화두로 던졌다. 핵 발전은 선행주기와 후행주기가 있다. 선행주기란 핵연료가 원자로에서 타기까지의 과정을 말한다. 후행주기란 타고 남은 핵연료를 원자로에서 꺼내 임시 저장한 뒤 중간관리하고 처분하는 과정까지를 가리킨다. 아직까지 재처리하는 국가도 있으나, 최종적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영구 처분한 국가는 없다. 우리나라도 원자로의 안전성과 핵연료 효율을 높이는 선행주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욱이 고준위의 사용후핵연료를 중준위로 낮춰 안전성을 높이는 처리 기술은 없다. 원자로의 시설 수명이 30~60년에 이르다 보니 후행주기의 연구개발 필요성이 후순위로 밀린 셈이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 역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저장 수조에서도 사고가 번졌다. 이에 그는 “이번 사태는 사용 후핵연료 저장 관리의 안전성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결과가 됐다”며 “사용후핵연료의 고준위를 낮추는 연구개발에도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관건”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도 그는 “에너지 안보 여건상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란 입장을 보였다. “재생에너지 기반이 잘돼 있는 독일은 원전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지만 우리는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그런 결정을 내릴 여건이 못 된다”고 그는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또 “원전을 축소 또는 폐기하는 대신 전기 요금을 대폭 올리면 국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원자로 수와 발전량 기준으로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에 이어 세계 5위다. 원전 의존도는 2011년 3월 기준 34.1%로 일본의 29.2%보다 더 높다. 각 원전 저장조에 들어가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포화 상태로 치솟고 있다. “우리의 에너지 환경에서 무턱대고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나, 원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국민 신뢰가 필수”란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전 장관은 최근 논란이 된 고리 원전의 수명 연장에 대해서도 안전이 기준이 돼야 함을 강조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우리나라도 고리 1호기의 부품 고장으로, 2007년에 수명을 연장한 것이 쟁점이 됐다. 고리 원전은 애당초 가동 연한을 30년으로 설정했으나, 안전점검 절차에 따라 원전의 가동 연한이 50~60년으로 늘어나는 선진국의 추세에 따라 연한이 늘어났었다.

김 전 장관은 이와 관련, “수명을 연장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논란에 앞서 먼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로를 폐쇄하는 데에는 큰 비용이 들고 20년 이상이 소요됩니다. 세계 어느 정부도 원전의 경제성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안전성을 기준으로 보강하는 방식으로 수명을 늘리는 것이 추세입니다.”

그는 또 “스리마일섬 원전사건 때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너무 과도하게 예측하고 주민을 이주시킨 게 오히려 ‘오버’라는 비판을 나중에 받았다”며 “정부는 모자람도 없고 지나침도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이해시켜야 하며, 중요한 것은 정확한 예측 능력과 철저한 대비”라고 말했다.


“에너지부로 통합 방안 검토 필요”

김 전 장관은 국가 에너지 정책에도 생각을 밝혔다. 우리의 수입 에너지 의존도는 97%다. 수출 위주 경제구조로 에너지 효율은 지극히 낮다. 에너지 효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의 56%에 불과하고, 일본의 3분의 1에 그친다. 에너지 생산 단가가 높은 전기 의존도도 높다.

“전기에너지는 전력 생산과 송배전에서 66%가 상실됩니다. 때문에 전력부문은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녹색기술 혁신에서 가장 눈총을 받는 부문입니다. OECD의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는 전기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이 때문에 전기보일러와 전기장판을 마냥 틀어놓는 일이 벌어지는 셈이죠. 그런데도 정부나 정치권은 전기 요금 인상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물가 잡기가 주요 현안인데, 전기 요금을 올리면 공산품 등이 줄줄이 오르게 될 테니까요.”

그는 “그래도 전기 요금을 올려야 한다. 결국 에너지 비효율로 초래되는 에너지 초과 수입의 부담은 국민 세금으로 나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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