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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과학관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 관리자  sciart@sciart.or.kr : 2010-07-19 : 3.jpg : 1519


[서울과학관 이야기]<4>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



거의 반세기 가까이 우리 과학관의 원조(元祖) 역할을 해왔던 서울과학관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렇지 않아도 정말 옹색했던 창경궁 모퉁이의 낡은 건물마저 포기하고, 턱없이 비좁은 전시관으로 만족을 해야 할 모양이다.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박물관, 샌프란시스코의 엑스프로라토리움, 영국 런던의 과학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 일본 동경의 과학관과 미래과학관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서울의 남쪽에 새로 지은 과천과학관을 고려하더라도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국가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하고 부끄러운 형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아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서울과학관이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한다.


● ‘과학관은 오직 교육용?’… 기존 인식 비판적으로 볼 필요


첨단 과학관의 역할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비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과학관은 명백하게 청소년의 과학 교육을 보조하기 위한 시설이다. 그래서 과학관의 전시도 초중등학교의 과학 교육과정에 맞춰져야 하고, 전시 방법도 어린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체험 중심이 돼야만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과학관이 학교 과학 교육에서 부족한 체험과 탐구 실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과학관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동안 스스로의 역할을 ‘청소년들에게 과학에 대한 호기심 충족과 희망을 키워주는 일’로 제한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서울과학관을 찾는 관람객의 대부분이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의 청소년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학부모를 빼고 나면 성인 관람객은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어린이가 과학관에 관심을 갖는 것이 잘못일 수는 없다. 어차피 미래를 살아가야 할 어린이들이 미래 지향적일 수밖에 없는 과학관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과학관이 그런 학생들을 애써 외면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모든 국립 과학관을 단순히 부족한 학교 과학교육을 보조하는 시설로 활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교육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학교에서의 과학 교육을 보조하는 역할은 학교의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교육청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다. 지역 사회의 수요와 요구를 가장 적절하게 수용할 수 있는 전시와 교육 기능이 결합된 ‘과학전시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 과학관, 시민에 과학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알려주는 곳


과학관이나 박물관이 처음부터 어린이를 위한 교육 보조 시설이었던 것도 아니다. 상류층의 유물이나 이국적 소장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은 본래 비공개 시설이었다. 그런 박물관이 일반에게 공개된 것은 18세기 계몽시대부터였다. 그러나 공개의 대상은 서면으로 미리 신청을 한 상류층으로 한정되었고, 관람 시간도 극도로 제한되었다.


사회적 신분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입장이 처음 허용된 것은 1793년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었다. 물론 관객의 대부분은 어린이가 아니라 성인이었다. 산업혁명 시대 영국의 놀라운 발전을 자랑하기 위해 건설되었던 크리스털 궁의 전시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늘날의 과학관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단순히 청소년들이 배워야 하는 기초적인 과학 상식을 알려주고, 체험하는 수준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다.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첨단 과학과 기술의 현주소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고,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물론 현대 과학과 기술이 오늘에 이르게 된 역사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과학관을 통해 우리의 밝은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들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서 경쟁적으로 최첨단 과학관을 건립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과학관을 통해 우리 자신의 미래를 확인함으로써 그런 미래를 가능하게 만들어줄 현대 과학과 기술의 진정한 가치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우리가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선진국들의 오랜 경험적 진실이라는 뜻이다.


단순히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는 정치적 구호만으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서로 뒤엉키고 충돌하고 있는 오늘날의 민주화된 사회를 설득시킬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의 노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초 우리 과학관이 지향했던 ‘전 국민의 과학화’도 말로만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백번 들어도 한 번 보는 것보다 나을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도 그런 과학관이 적어도 하나는 만들어야 한다.


● 첨단 과학기술 이해하고 토론하는 과학관으로 진화해야


그러나 현대는 다양성이 중요한 시대다. 과학관도 진화를 해야만 한다. 이제 과학관은 단순히 첨단을 보여주고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자연과 생명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첨단 과학과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심각하게 논의하는 진정한 의미의 토론과 문화의 장을 제공하는 해야 한다. 불확실한 기술의 오용과 남용에 의해 발생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우리 사회가 스스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만 한다.


미래의 과학관은 단순히 전시물을 보여주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현대 과학기술과 관련된 복합적인 사회 문제 해결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적 전통을 현대 과학과 기술을 통해 새롭게 이해하고, 더욱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에도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공연히 ‘우리 것’이라는 알량한 핑계를 앞세워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해석한 정체불명의 ‘전통 과학’을 강조할 이유는 없다. 그런 뜻에서 ‘과학기술사, 자연사, 기초산업기술 관련 자료의 수집과 보존’을 위한 연구 기능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 서울의 위상에 맞는 최첨단 과학관 필요


장기적으로 서울의 위상에 걸 맞는 최첨단 과학관을 마련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규모가 축소될 서울과학관은 과천과학관 개관 후 작년 관람객 49만명 중 유아, 초등학생이 52%를 차지하고, 금년은 85.5%가 유아 및 초등학생이 주 고객이 되었다.


이런 현실을 비추어 보건데, 단기적으로는 현재 축소된 여건과 맞추어 과천과학관과 차별되는 특화 방안을 찾고, 장기적으로는 서울의 위상에 걸 맞는 최첨단 과학관을 다른 장소에 마련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어린이가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2의 과천과학관 규모에 버금가는 미래의 과학관으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전시와 체험 이상의 수준을 넘어서는 새로운 역할을 찾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동아사이언스 / 2010년 04월 29일
'창의성 교육' 발벗고 나선 김우식 前 부총리
“새로짓는 서울과학관, 사회 문제 해결 구심점 돼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