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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짓는 서울과학관, 사회 문제 해결 구심점 돼야 ”
: 관리자  sciart@sciart.or.kr : 2010-07-19 : 3.jpg 1.jpg 2.jpg : 1458


[그림 1] 경남 고성군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그림 2] 자연사박물관은 자연적 유산을 발전적으로 지켜내기 위해 꼭 필요하다. 목포 자연사박물관에서 전시중인 공룡모형.



[서울과학관 이야기]<6> 서울과학관이 나아가야 할 길



교육과학기술부가 서울 강북지역에 새로운 과학관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학관은 대부분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에 집중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초등학생들에 대한 과학 교육의 보조 역할이 전부라면 굳이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서 초대형 시설을 마련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쉽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과학관의 환경 변화에 맞춰 앞으로 과학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 설정을 위해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 자연사 박물관과 과학관의 의미


우선 과학관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자연사박물관’의 문제다. 자연사박물관은 단순히 죽은 생물의 흔적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의 사회의 뿌리를 이해하고 발전적으로 지켜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국립박물관이 우리 선조의 문화적 유산을 지키는 곳이라면, 자연사박물관은 우리의 자연적 유산을 지키는 곳이다. 우리 사회가 어떤 자연 환경에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문화적 유산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연사박물관은 최근에 더욱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생물 다양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준비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기도 하다. 과거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최근 소규모의 사설 자연사박물관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런 수준으로는 절대 만족할 수가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고 풍부한 공룡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우리도 자연사(自然史)적으로 세계에 자랑할 만큼 풍요로운 유산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그런 사실을 애써 외면해왔을 뿐이다. 우리 자연사의 보존과 연구를 몇몇 개인의 노력에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반드시 정부가 앞장을 서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노력을 해야만 한다. 전국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자료를 수집해서, 정리해야 하는 방대한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학술적으로는 자연사박물관과 과학관은 역할과 기능이 크게 다르다. 그러나 두 시설 모두가 턱없이 부족한 우리에게는 굳이 그런 학술적 구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는 첨단 과학관과 자연사박물관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두 시설이 전혀 상반되는 역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시설이나 기관이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자연사박물관은 문화 정책 담당 부서의 소관이고, 과학관은 과학기술 정책 담당 부서의 소관이라는 행정적 구분은 무의미한 것이다.


과학관과 자연사박물관의 학술적인 연구 기능에도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 이제 단순히 전시물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다. 더욱 다양하고, 흥미로운 전시물의 개발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과학관과 자연사박물관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담당하기 위한 학술 연구 기능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물론 선진국의 유명한 과학관이나 자연사박물관의 전시와 운영 기법을 연구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의 과학기술사와 자연사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단순히 ‘전통’이라는 수식어에 매달릴 일이 아니다. 세계화 시대라고 해서 우리 것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우리 것을 제대로 정리하고 분석해야만 세계적 흐름도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것을 외면해버리면 남의 것도 제대로 수용할 수가 없게 된다.


● 과학관, 현대 사회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중심기관 돼야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과학관을 우리 사회의 심각한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중심 기관으로 자리를 잡도록 만드는 일이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회 문제는 과학기술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다.


1990년대 사회적 민주화가 진행된 이후, 동강댐 건설 문제로 시작되었던 사회적 갈등과 분열의 대부분이 그렇다. 방폐장 문제는 20여 년 동안의 심각한 논란을 벌였지만 아직도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08년의 광우병 사태는 우리 사회를 거의 반 년 가까이 마비시켜버릴 정도로 심각했다.


결국 민주화 이후에 과학기술은 우리 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했지만 사회적으로 심각한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제 민주화된 사회에서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자신의 의견을 가슴 속에 담아두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터넷의 빠른 확산이 그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과학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위험한 수준까지 퇴색되어 버렸다.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오는 과정에서 우리 과학자들은 과학기술의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지도 않고, 과학기술의 부작용이 일부 계층에게만 집중된다는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해왔다. 과학기술의 부정적인 측면은 모두가 사회의 오용(誤用)이나 남용(濫用)의 탓으로 돌려버리고, 과학기술은 지고지순(至高至順)의 존재로 남기고 싶어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과학기술계의 그런 회피적 자세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과학기술계도 현대 과학기술의 긍정적인 면과 함께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할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하기 위한 범사회적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그리고 과학관이 그런 노력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과학관이 현대 과학기술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드러내놓고 모두가 함께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곳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모든 것이 열려 있고, 다양한 의견을 환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성과만을 자랑하고, 문제점은 감춰둘 수가 없다. 부정적인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과학기술계의 분명한 자세를 보여줘야만 한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강북지역에 자리를 잡을 서울과학관이 그런 역할을 담당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과학기술계의 여러 단체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확립해서 사회 문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구심점이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과학관에 들러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과학기술에 대해 정보를 얻고,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의제를 제시할 수 있는 제도적, 인적 기반을 마련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동아사이언스 / 2010년 05월 14일
서울과학관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국립서울과학관의 현재 그리고 미래